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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u/Ristorante

'퍼피독 서비스'에 관한 단상

호객, 접대, 서빙, 청소 등 업장이 돌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업장이 돌아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홀직원들.

아마도 외식산업에 있어서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위는 '홀직원' 부분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홀직원이 담당하는 부분이 접객, 서빙, 테이블청소(버싱), 홀청소, 식기세척, 홀마감까지 정말 많은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주방에 비해 많은 수가 종사하고 있다.



최근에 화두가 되는 이른바 '퍼피독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


퍼피독이란 고객이 테이블에 앉으면 몸을 낮추고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고개만 내민채로 주문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고객의 눈높이, 혹은 아래에 위치하여 고객이 고개를 들지 않고도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1990년대 중반에 TGIF에서 먼저 시작해서 이게 패밀리 레스토랑 계열에 유행처럼 번지고, 고객 접대의 왕도처럼 자리잡혀왔다.



지금은 아니지만, 필자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홀직원으로 근무 해 본 적이 있다.

입사 후에 교육을 받는데, 주문 받을 때는 퍼피독, 버싱이나 서빙할 때 트레이(쟁반) 드는 법 까지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자세 교정까지 해주면서 가르친다.

주문을 받을 때 퍼피독 자세를 안하면 서비스룸 구석에 불려가서 굉장히 혼나고, 매니저가 따로 재교육을 시키는 등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최근 패밀리 레스토랑 특성상 '샐러드 바'라고 불리는 뷔페와 비슷한 형식이 유행하면서 샐러드바가 없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이로 인해서 한 테이블에서 나오는 접시 수가 보통 3-4개씩이고, 한번 홀을 돌게되면 보통 20-30개의 접시가 나오게 된다.

본사에서는 '트레이는 한 손으로 들 것'이라는 교육을 하는데 저 접시들을 무게로 환산하면 대충 적게는 5kg에서 많게는 10kg 정도 되는 무게가 된다.
저 무게를 한손으로 지탱하게 되면 팔이나 근육보다는 손목 관절에 상당한 무리가 가게된다.

게다가 근무 내내 쉴 새 없이 저 무게를 들고 돌아다녀야하는 특성상 다리에 계속 피로가 누적되는데 거기다가 퍼피독 자세까지 요구하면 무릎 관절 역시 손목 못지 않은 무리가 가게된다.

실제로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일을 그만 둔 사람도 봤었고, 무릎과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과연 이 무릎을 꿇는 자세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패밀리 레스토랑 이외의 개인 레스토랑 등에서는 퍼피독 서비스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고, 실제로 퍼피독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손님을 배려하려는 것은 좋다. 서비스 업 입장에서 고객만족을 위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손님 이전에 손님보다 더욱 가까운 직원들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좋은 서비스는 좋은 직원에게서 나오고, 좋은 직원들은 좋은 근무 환경에서 나온다.


필자 생각으로는 홀직원이라는 위치는 육체 노동을 하면서 동시에 감정 노동도 하는 위치이다.

물론 세상에 쉬운일이 어디있겠냐만은, 홀직원은 근무시간 내내 교육된 '감정의 통제'를 받고 있다. 
주방에서 잘못되어 나온 음식도 홀직원이 전부 방패막이로 욕을 먹고 사죄하고, 괜한 진상 부리는 손님도 항상 미소지으면서 맞이하고 터무니 없는 요구에도 사죄해야하고, 자기가 힘들어도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해야하기 때문에 내면에서의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간다.

무조건적인 미소와 무조건적인 사죄.
선택지는 따로 없다. 웃고 또 웃으면서 손님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잘못이 없더라도 고개숙이면서 사과를 해야하는 것이 현실.


손님이 왕이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서비스업이 한창 성장해가는 초창기에는 더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서 그래왔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이면서 이른바 '갑질'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돈을 내는 소비자이므로 대접을 받아야겠다'라는 것보다는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로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홀직원들이 감정과 육체의 무릎을 꿇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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