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테이스팅의 조건

테이스팅이란 좁은 의미로는 단순히 와인을 시음하는 것을 뜻하고, 넓게는 와인을 시음하고 그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종합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좋은 테이스팅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온도입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단맛과 알콜감이 높아지고 향미가 살아나게 되고,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게 되면 산미가 높아지고 향이 닫히게 됩니다.

같은 와인이라도 온도에 따라 맛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에 테이스팅을 할 때 시음하기 적당한 온도로 맞춘 후 시음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정강화, 스위트 와인의 경우 기본 당도가 높은 와인이므로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단맛이 더욱 부각되어 느끼해지므로 차가운 상태로 만들어 산미를 부각시켜 어느 정도 밸런스를 잡히게 하여 드셔야합니다.

샴페인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들 역시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와인속에 녹아있던 기포들이 섬세함을 잃고 거칠게 변하고, 버블이 빠르게 방출되면서 향도 같이 날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스파클링 와인은 조금 차갑해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라이트 바디의 레드와인이나 일반 화이트, 로제의 경우 향이 얕으므로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맛이 쉽게 날라가게되어 즐기기가 어려우므로 시원한 상태로 드셔야합니다.

미디엄~풀바디의 레드와인은 구조감도 있고 향도 두꺼운 것들입니다.

혼자서 마시게 된다면 시원한 상태부터 상온까지 서서히 높여가면서 온도에 따라서 와인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면서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임 등의 자리에서 여러 명이 각각 한 두 잔만 즐기는 상황이라면 향미가 살아나는 상온의 온도로 즐기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와인의 보통 보관 온도가 12℃~14℃ 정도 입니다. 셀러에서 바로 꺼낸다면 이 정도 온도가 되겠죠?

하지만 셀러가 아닌 보통 진열장에 있던 와인들은 상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인을 단시간에 시원하게 해주는 도구가 바로 '아이스 버켓'입니다.

작은 양동이 모양으로 생겼으며 유리나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 등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잘게 부순 얼음과 물, 혹은 얼음만 넣은 채로 와인 병을 담가서 와인의 온도를 내릴 수 있게 도와주며 이렇게 온도를 내리는 것을 칠링Chilling 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망년회에서 Chateau Ste. Michelle Eroica Riesling "12를 마셨었습니다.

준비된 와인들이 레드만 있었기에 망년회 장소로 이동하던 도중에 사온 와인이었는데 구매 당시 Eroica는 셀러가 아닌 일반 진열장에 있었기에 칠링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술을 잘 안 먹던 친구가 칠링 되지 않은 상온의 Eroica를 한 모금 마시더니 별로 맛있는 와인이 아니라는 듯하길래 혹시 입에 맞지 않는 것인가 걱정했지만, 아이스 버킷에 넣어둔 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제대로 칠링된 Eroica를 마시더니 처음 마신 것과 많이 달라졌고 훨씬 마시기 좋았다고 합니다.

위 같은 경우가 같은 와인이라도 온도에 따라서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네요.

만약 집이나 여행을 갔을 때 칠링이 필요한 상황인데 마땅하게 구할 길이 없으면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돌얼음' 봉지를 사시고, 얼음을 조금 덜어내고 물을 조금 채우면 훌륭한 간이 버킷이 됩니다. 돌얼음 봉지가 꽤 튼튼합니다.

좋은 테이스팅에서 온도가 와인이 가져야 할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도구, 환경적인 조건들을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합시다.

위의 잔은 Verre INAO 라고 부르는 잔입니다. 다른 말로는 ISO Standard Wine Tasting Glass라고도 부르는데 쉽게 INAO잔이라고 부릅니다.

와인 테이스팅 대회 등 와인의 공식 시음에 사용하고 있는 표준 잔입니다.

위와 같이 AFNOR(Association Francaise de NORmalisations 프랑스 산업 표준화 기구)에서 위와 같이 정확한 규격을 규정하였고,

INAO(Institut Nationale des Appellations d'Origine 국립 원산지 품질 연구소)에서 채택하였습니다.

수치까지 외우실 필요는 없고 그냥 INAO잔의 존재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공식 테이스팅에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인 테이스팅이 가능하게 해주는 잔입니다.

▲ Chateau Margaux Tasting Room

장소는 조용하고, 냄새가 없으며, 햇빛이 잘 비치는 흰색의 테이블/ 평면 위에서 진행합니다.

조용한 분위기는 오감을 예민하게 하고 다른 냄새는 테이스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햇빛과 흰색 평면은 가장 정확한 색을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배고프지도, 배부르지도 않은 상태. 즉 식사 후 2~3시간 정도 뒤에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배가 고프면 침이 많이 분비되어 맛의 분간이 어려워지며, 너무 배가 부르게 되면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정확한 테이스팅을 위한 조건입니다.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위의 조건과 비슷한 환경에서 한다면 보다 정확하게 와인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테이스팅의 방법/과정과 여러 가지 테이스팅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Lawrence Kim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 http://rooftopcella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