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팅의 조건을 알았으니 이번 편에서는 어떻게 하는지와 어떤 종류의 테이스팅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테이스팅은 시각, 후각, 미각을 사용합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분들이 꽤 후각이나 미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테이스팅에 조금 유리하기도 합니다.
먼저 시각 테스트입니다.
시각 테스트에서는 와인의 색과, 점도, 광택 등을 보고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거품까지 체크를 합니다.
와인의 색은 잔을 흰색 배경(흰색 테이블 천, 혹은 냅킨 등)에 눕혀서 봅니다.
눕히게 되면 와인의 중앙부터 끝부분까지 색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하느냐에 따라 숙성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의 표는 와인의 중앙부터 끝부분까지 색이 변하는 정도입니다.
보라색/연노란색에 가까운 색일수록 어린 와인이며 갈색에 가까워질수록 숙성이 오래된 와인입니다.
중앙과 끝 부분의 색의 변화가 거의 없다면 어린 와인이며, 차이가 많이 날 수록 숙성된 와인입니다.
점도는 알콜 함유량과 비례 관계에 있어, 와인의 알콜 함유량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와인 잔을 눕혔다가 세우거나 스월링을 한 뒤 와인 잔을 보시게 되면 잔의 벽 면에 투명하게 흘러내리는 기름같은 액체가 있습니다.
이것을 '와인의 눈물'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천천히 끈적이게 내려온다면 알콜 함유량이 높은 것이고, 물처럼 빠르게 흐른다면 알콜 함유량이 낮은 것입니다.
광택은 와인 가장자리를 빛에 비추었을 때 빛이 나는 정도를 말합니다.
화이트와 레드에서 차이가 있지만 반짝임이 좋다면 아직 힘이 있는 와인이며, 광택이 없거나 흐린 경우 죽거나, 죽어가는 와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는 잔에 따른 후 버블이 얼마나 섬세하게 올라오는지 체크합니다.
버블이 거칠게 올라올 경우 입안에서의 느낌도 거칠고 향의 지속시간도 짧습니다.
시각 테스트를 마쳤으면 다음으로 후각 테스트를 합니다.
와인의 향을 맡고 와인의 컨디션과 어느 향이 나는지 체크합니다.
와인의 향은 그냥 맡았을 때와 잔을 돌리는 스월링Swirling을 했을 때가 다릅니다.
잔을 흔들지 않은 상태를 스틸Still한 상태라고 부르는데 이 때의 향을 1차 향 혹은 Primary Aroma라고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포도 자체의 향인 과일향이나 꽃향, 풀향 등의 식물성 향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틸한 상태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와인이 조금씩 산화되면서 향이 열리는데 이 때는 처음보다 맡을 수 있는 향이 많이 피어오릅니다.
이 때의 향을 2차 향 혹은 Secondary Aroma라고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효모나 버터, 꿀, 유제품 등의 향이 주를 이루는데 이러한 향들은 와인의 발효 과정 중 형성된 향들 입니다.
이러한 향들은 시간이 더 지나서 산화가 더 진행되면 점점 사라집니다.
이제 잔을 살짝 흔드는 스월링을 하게되면 더욱 다른 향들이 강하게 올라오는데 이것을 3차 향, 흔히 부케Bouquet라고 말하는 향이 납니다.
오크향, 토스트, 바닐라, 커피, 카라멜 , 동물, 담배, 스모크 등의 향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향들은 와인이 숙성되면서 발생하는 향들로써 이런 향을 가진 와인을 '숙성된 와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한 와인일 수록 과일향, 알콜향이 강하고 향이 단순한 반면 오래된 와인일수록 과일향, 알콜향이 적고 그 자리에 부케가 생기며 향이 복잡하고 섬세해집니다.
후각 테스트까지 마친다면 이제 미각테스트를 진행합니다.
후각 테스트보다 매우 예민한 테스트이고 후각으로도 느낄 수 없었던 향도 맡을 수 있는 테스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사용하는 테스트이기 때문에 후각만 사용했을 때보다 더 느낌이 진할 수도 있습니다.
와인을 입 속에 처음 머금었을 때 다가오는 느낌을 터치라고 표현합니다.
대부분 구대륙의 드라이 와인들은 보통 여기서 신맛을 내는 경우가 많고, 신대륙의 와인들을 단맛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와인을 입에 머금고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터치와 다른 맛이 올라와서 밸런스를 잡게됩니다.
터치가 신맛이었다면 단맛이 올라오거나, 터치가 단맛이었다면 신맛이 올라와서 중심을 잡아주어야합니다.
밸런스가 잘 맞아야 좋은 와인이며, 간혹 숙성이 모자르거나, 과하게 되어 무게중심을 잃어버린 와인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시음적기가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미각 테스트 때도 후각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입 안에서 어떤 향이 중심적으로 나는가도 체크해야합니다.
그 와인의 가장 강한 향을 알게 되므로써 어떤 음식과 더 잘 어울릴지 무슨 재료를 많이 써야 음식이 와인과 더 잘 맞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입에 머금었을 때 알콜감(알콜향)이 두드러지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에 그 점도 주의하셔야합니다.
와인의 밸런스를 체크했다면 마지막으로 숙성 가능성을 봅니다.
소비뇽 품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품종은 산도가 강할 수록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이므로 산도가 높다면 앞으로도 숙성 가능성이 높은 와인입니다.
레드 와인의 경우는 산도와 탄닌의 밸런스가 균형있게 잡히고, 탄닌 거칠수록, 많을수록 오랫동안 숙성이 가능합니다.
두 와인 모두 알콜감 역시 강할 수록 오래 숙성이 가능합니다.
목으로 넘긴 뒤 산도나 탄닌이 입 안에 남는다면 조금 더 숙성이 필요한 와인이며, 단맛이나 알콜향이 남는다면 적정 시음시기를 지나 꺾이거나 밸런스가 좋지 않은 와인입니다.
만약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시음적기를 훌쩍 지나 죽은 와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시각, 후각, 미각을 이용한 테이스팅을 설명했습니다.
글로 설명하니 많이 길었는데 실제로 한다면 약 1분~2분 정도 걸립니다. 많이 익숙해진다면 말이죠.
처음에는 시간을 재기보다는 이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최대한 잘 보려는 생각으로 천천히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테이스팅 방법을 알았으니 어떠한 테이스팅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번 글을 마치도록하겠습니다.
테이스팅에는 Host Tasting, Vertical tasting, Horizontal tasting, Blind tasting 등 여러종류가 있습니다.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은 주최자(Host, 와인을 제공하는 사람)가 손님들에게 와인을 서빙할 때 행하는 테이스팅입니다.
호스트 테이스팅의 유래에는 조금 무서운 유래가 있습니다.
바로 "이 술에는 독이 없으니 당신들이 마셔도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이 호스트 테이스팅의 유래입니다.
이러한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지금은 호스트로써 이 와인이 주문한 것이 맞는지, 손님들이 마시기에 이상이 없는지 판별하는 테이블 매너로 정착되었습니다.
호스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호스트란 그 자리에서 주인공과 같은 존재입니다. 여러 사람을 대접하는 자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호스트를 단순히 밥 값을 계산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원래대로라면 손님들을 위해 와인을 고르고, 음식을 고르고, 그 자리에서 대화의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거리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만약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와인부터 음식까지 모든 것을 무책임하게 맡기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자리라면 최소한 와인과 식사에 대한 부분은 직접 챙기는. 즉, 손님을 위하는 '배려'와 '존중'을 우선해야하는 것이 호스트의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호스트로 손님을 대접할 기회가 되었는데 와인이나 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소믈리에에게 조언을 구해서 맞추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보여주는 태도가 되겠죠?
호스트 테이스팅은 호스트가 가져온 와인, 혹은 주문한 와인을 소믈리에가 와인 레이블을 호스트에게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호스트는 자신이 가져온 와인, 혹은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와인 레이블은 수 많은 정보의 집합이기 때문에 간혹 품종이라던지, 빈티지라던지 미스오더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꼭 자신이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확인이 되면 호스트는 이 와인에 대해 손님들에게 간략하게 설명을 합니다.
만약 와인에 대해 모른다면 손님 중에 와인 애호가나, 소믈리에게 설명을 부탁해도 됩니다.
와인의 확인이 끝나면 소믈리에는 와인을 오픈하고 코르크를 호스트에게 건네주면 호스트는 코르크 체크를 합니다.
만약 코르크에서 썩은 나무나 물에 젖은 냄새가 날 경우 와인이 상했다는 증거입니다. (와인 이야기 03편에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올드빈티지일수록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르크 체크에서 이상이 없고 호스트가 OK사인을 내린다면 소믈리에는 테이스팅 하겠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호스트는 Yes를 합니다. 소믈리에가 10ml~20ml정도를 잔에 따라줍니다.
호스트 테이스팅의 목적은 와인이 마시기 적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각으로는 와인의 불순물(침전물, 주석산)여부와 투명도를 체크합니다.
이때 레드와인은 위에 설명한 방식과 같이 잔을 눕혀서 보지만, 화이트의 경우는 눈높이로 잔을 들어서 옆에서 체크합니다.
후각 테스트에서는 코르크냄새, 알코올 향이 진하게 나거나 발냄새 등 괴상한 향이 나면 썩인 와인인 부쇼네가 일어난 와인입니다.
보통은 코르크 체크에서 걸러지지만, 코르크가 이상 없다고 생각했는데 와인 자체의 냄새가 이상한 경우도 간혹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미각 테스트는 와인의 산화 정도를 판별해야하는 단계입니다.
산화가 되거나, 적정 시기가 지난 와인의 경우 알콜감이 두드러지고 향이 거의 없고 산도가 강합니다.
열화현상은 와인이 끓어서 산화된 것으로 식초향이나 다른 향이 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은 미각 테스트 를 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미각 테스트를 신중하게 진행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버티컬 테이스팅Vertical Tasting은 한 와인의 진화 과정과 생산 빈티지로부터 몇 년 후에 이 와인이 수명을 다하는지 알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합니다.
같은 와인의 여러 빈티지를 모아두고 차례대로 테이스팅하는 방식입니다.
와인이 숙성될 수록 탄닌이 둥글게 변하고, 바디감이 줄어들면서 숙성 향미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게 됩니다.
올드 빈티지의 와인이 영 빈티지의 와인보다 바디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올드 빈티지의 와인부터 시음해야합니다.
이러한 버티컬 테이스팅은 빈티지의 편차가 심하지 않은 신세계의 와인들을 관찰하는데 좋습니다.
구세계의 와인들은 해마다 작황이 바뀌며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렌딩하는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버티컬 테이스팅의 본 목적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빈티지 편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고급 와이너리의 경우는 빈티지별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본래의 목적과 다른 의도로 버티컬 테이스팅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버티컬 테이스팅을 하고싶은데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엔 인생을 같이할 와인을 하나 정한 뒤 와인을 한박스 (6병 혹은 12병)을 구입한 뒤, 1년마다 테이스팅 하면서 와인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지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생을 같이하는 와인. 좋지 않습니까?
호라이즌털 테이스팅Horizontal tasting은 한 지역에 있는 여러 와이너리 들의 같은 빈티지 와인을 모아두고 비교하는 테이스팅입니다.
각자 와이너리의 스타일이나 나쁜 빈티지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넓은 범위보다 좁은 범위로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의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면 환경이 많이 달라지게 되므로 호라이즌털 테이스팅을 하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버티컬 테이스팅과 반대로 이것은 구세계 와이너리에 적합한 테이스팅입니다.
정확히는 이 테이스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쁜 빈티지에 대응하는 와이너리 별 대처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만약 호라이즌털 테이스팅을 진행하게 된다면 작황이 나빴던 해를 고르는 것이 좋겠죠?
이 테이스팅을 하게되면 구세게의 나쁜 빈티지를 사용하는 각 와이너리의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작황에 나빴다면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와이너리의 양조 능력으로 커버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입니다. 많이들 들어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아무것도 주지 않은 채 한 잔에 담긴 와인에서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어 그 와인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와인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으므로 테이스터가 와이너리의 명성과 지역색, 품종 등의 정보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방지해주고 그 와인에 대한 아주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게 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최자가 테이스터들이 정확한 맛을 알기 위하도록 하기 위해서 아래의 가이드에 따라 와인들부터 마시도록 가이드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 라이트 바디, 미디엄바디, 풀바디 순서로 테이스팅 할 것
- 드라이에서 스위트 와인의 순서로 테이스팅 할 것
- 스파클링, 화이트 , 레드, 스위트 스파클링, 스위트 와인 순서로 테이스팅 할 것
(스위트 와인을 먼저 마시게 되면 입 안에 잔당이 남아 뒤의 와인의 풍미를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유의한다면 매우 객관적으로 와인의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여기까지 테이스팅의 종류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상당히 많은 테이스팅의 방법이 있죠?
실전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해 줄 때에는 굉장히 쉬웠는데 글로만 표현하자니 어렵네요. 허허.
다음 편에는 잠시 쉬어갈 겸해서 부록으로 마지막에 설명했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관한 재미난 일화를 풀어볼까 합니다.
짐작 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주 유명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럼 내년에 뵙겠습니다.
독자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Lawrence Kim
이미지 출처 : www.bettertastingwine.com
'Menu > Win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테루아르(Terroir) (0) | 2016.02.02 |
---|---|
#01. 파리의 심판 (0) | 2016.01.04 |
07. 테이스팅의 조건 (0) | 2015.12.31 |
06. 첫 와인. 무엇을 마셔볼까? (0) | 2015.12.30 |
05. 와인. 어디서 구매해야 할까? (0) | 2015.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