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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테루아르(Terroir)

정말 오랫만에 펜을 잡습니다.

잠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고, 이곳 저곳 모임에 불려다니고, 컨디션 관리를 못하기도하고 엉망이었습니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써야겠습니다.



와인은 포도를 원료로 만들어지며 포도가 자라는 요소들을 흔히 '테루아르Terroir'라고 부릅니다.

테루아르Terroir는 좁게는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가 자라는 기후, 토양을 의미하고 넓게는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간혹 천지인에 빗대에 설명하시는 분들은 테루아르Terroir에 속하는 것이 기후를 뜻하는 '천'과 토양 조건을 뜻하는 '지'만 포함 된다고 설명하곤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조금 다릅니다.


테루아르Terroir라는 것은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가 자라는 기후Climate, 포도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토양Soil, 포도밭의 경사도, 고도, 주변 식생을 포함한 지리적 요건인 지형Terrain, 그리고 지역별, 와이너리별로 양조해 온 방식의 테크닉과 전통 등을 포함한 문화Culture. 

이 4가지가 모두 모인 것이 테루아르Terroir라고 생각하거든요.

와인이 완성될 때까지 어느 하나 빠져도 안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테루아르Terroir의 요건 중 기후Climate는 기후의 종류, 강수량, 일조량, 일교차, 바람 등 전반적으로 날씨에 관련된 것을 말합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는 대체적으로 천히 익어가면서 낮은 당도와 높은 산도를 지니게 되지만, 반대로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는 비교적 빨리 숙성하기 때문에 높은 당도와 낮은 산도를 지니게 됩니다.

포도 재배시의 강수량은 연간 500-800mm사이가 적합한데, 강수량이 이보다 적으면 포도나무가 말라서 과실을 맺지 못하고, 반대로 강수량이 많아지면 포도의 알이 굵어지고, 알마다 집중되는 당도가 떨어지게 되어 양조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교차는 최소 10도 이상이 좋은 조건인데, 낮에 일조량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낮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포도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과 산도, 향미를 증가시키며, 껍질 부분의 색소와 탄닌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밤이 되면 호흡을 시작하여 낮에 만들었던 포도당과 산도, 향미가 줄어들게 되는데 이 호흡현상은 밤의 기온이 높을수록 심해지므로 밤의 온도가 낮은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일교차가 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것이 당도, 산도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바람은 지형Terrain과도 연관이 있는데 대체로 선선하고 느리게 부는 곳이 선호됩니다. 천천히 부는 바람은 포도를 적당히 건조시켜서 포도 알에 당도를 농축시키기도 하며, 추운 날씨에 맺힐 수 있는 서리를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습기를 머금은 바람은 곰팡이를 유발시켜 포도를 썩게 만들기도 합니다.



토양Soil은 포도나무가 자라는 집과 같은 곳입니다.

모래질, 석회질, 백악질, 진흙질 등 수 백가지의 토양 종류가 있으며 포도나무의 뿌리는 토양의 수십m의 깊은 곳 까지 들어가서 각 토양의 성분을 흡수하여 와인의 맛이나 향, 구조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석회질의 땅에서 자란 경우 석회질 토양의 미네랄 요소를 흡수하여 양조한 와인에서도 흙이나 바위 등의 맛, 혹은 피 맛 같은 미네랄 감을 느낄 수 있으며, 모래질의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양조한 와인은 가볍고 유동적인 느낌을 지니는 반면, 점토질에서 자란 포로도 양조한 와인은 단단하고 굳센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토양은 비옥하지 않고 척박한 토양이 선호되는데 토양이 비옥하면 포도의 과실이 많이 열리고, 커지게 되어 강수량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과실의 당분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지게 됩니다.

메를로Merlot품종 같이 점토질이나 진흙질 토양을 선호하는 품종도 있지만 대부분은 배수가 원활한 토양인 모래질이나 자갈질 토양 등을 선호하며, 특히 자갈질 토양은 배수 뿐만아니라 낮 동안 받은 열기를 간직하고 있어서 밤 동안 생길 수 있는 서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선호되기도 합니다.



지형Terrain은 위도와 포도밭의 방향, 위치, 표고, 경사도, 주변 식생 등을 포함합니다.

보통적으로 북위 30~50도, 남위 20~40도에 위치한 온대기후가 포도 재배에 적합한 위도라고 하지만 무조건 저 위도에서만 포도가 자란다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저 위도에서는 평균적으로 좋은 포도가 나온다." 라는 것입니다.

포도밭의 경사와 방향은 각각의 특색이 있는데 남쪽으로 경사진 포도밭은 평지에 있는 포도밭에 비해 하루동안 일조량을 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완숙을 요하는 포도 품종의 경우엔 경사진 밭이 유리하며, 동쪽으로 경사진 포도밭은 햇볕을 일찍 받게 되어 서리의 피해가 적으며, 서쪽으로 경사진 포도밭은 비교적 강한 햇볓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경사진 포도 밭의 경우 윗 부분은 배수가 잘되지만 밑으로 갈 수록 배수가 되지 않는 토양이기 때문에 경사의 밑부분에서는 좋은 품질의 포도를 기대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밭의 고도가 높은 경우 전체적인 기온이 낮고 통풍이 잘되므로 산도가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기도 하지만, 너무 높은 고도에 위치한 경우 포도가 숙성하는데 최소한의 온도를 갖지 못하여 미성숙한 포도가 자라기도 합니다.

주변에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그로 인한 소기후Micro Climate가 생겨서 독특한 특색을 지닌 와인을 생산할 수도 있는데, 특히 강의 경우 강물의 흐름으로 인해 대기가 같이 움직여 서리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도 하며, 밭의 아랫쪽으로 흐르는 강의 경우 햇빛을 반사하여 부족한 일조량을 해결할 수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Culture는 지역이나 와인메이커의 포도 재배, 선택, 와인 양조 기술을 비롯한 인간의 노력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도 와인메이커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합니다.

그 이유는 어떤 스타일의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지, 어느 품종을 선호하는지, 다른 와이너리와 어떻게 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양조하는지, 와인을 양조할 때 어느 부분을 강조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양조하는지 등 모든게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해서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있는 반면,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서 생산하는 와이너리도 있으며, 와인이 자라온 환경을 강조하는 와이너리가 있는 반면, 와이너리 자체 스타일을 강조하는 와이너리도 있습니다.

기후나 토양, 지리적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그것이 부족한만큼 채워 넣으려는 와인메이커의 노력 또한 이 문화Culture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대한 일관된 빈티지 품질을 유지하려는 와이너리들에게 매년 기후는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에 와인메이커들은 좋지 못한 빈티지나, 좋은 빈티지나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합니다.

문화Culture라는 것은 자연에서 자라온 포도가 와인으로 완성되기 위한 사람의 손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루아르Terroir를 이야기 하다보면 "한국도 연평균 기온이 10-15도이며, 북위 38도에 위치해 있는데 좋은 와인이 나오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좋지만 땅이 비옥하고 수분이 많으며 연 강수량이 1200~1800mm라는 점에서 좋은 양조용 포도가 자라기 힘든 기후, 토양입니다.

따라서 양조용 포도가 자란다고 해도 크게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기는 힘듭니다. 특히 개화기~결실기인 6-7월에 비나 태풍이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포도가 익기도 전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기도 합니다.

현재 캠벨 포도를 이용해 샤토 마니라는 와인을 양조하고 있기도 하고 시음도 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후나 토양 조건도 열악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와인메이커의 기술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여기까지 테루아르Terroir를 이루는 요소들인 기후Climate와 토양Soil, 지형Terrain, 그리고 문화Culture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편은 이 테루아르Terroir속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나무의 생육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Lawrence Kim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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