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편에서 포도의 재배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제 양조에 관한 설명이 끝나면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 차례가 되네요.
와인은 양조주로써 스타일로 분류하면 크게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으로 나뉩니다.
로제와인은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에 위치하구요, 주정강화는 브랜디가 조금 첨가됩니다.
[재료] + [효모] → [알코올] + [열] + [이산화탄소]
기본적인 양조주의 양조 공식입니다.
[재료]부분에 포도를 넣으면 와인이 되고, 쌀을 넣으면 청주나 사케, 막걸리가 되고, 벌꿀을 넣으면 미드가 되죠.
간단하게,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역시 [재료]부분에 적포도를 넣으면 레드 와인이 나오고, 청포도 넣으면 화이트 와인이 나옵니다.
저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와인속에 녹아들게 하면 스파클링이 되구요.
기본적인 방식에 있어서는 큰 차이는 없지만 양조 단계의 순서라던가, 세세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번 편에서는 레드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레드와인의 양조 과정입니다.
와이너리에 따라 조금씩 과정이 다를 수도 있지만 큰 틀은 비슷합니다.
저번 편에 수확을 할 때 시기를 잘 선택하여 포도를 수확한다고 했습니다.
수확할 때에는 수확통을 등에 지거나, 수레 등에 싣고 수확한 포도를 담는데, 이 때 아래에 깔린 포도가 으깨지지 않도록 한 번에 많은 양의 포도를 담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확한 포도송이는 포도알과 포도가지를 분리하는 제경Destemming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고급 와이너리의 경우 제경하기 전과 제경 후에 포도송이와 포도알 중에서 상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을 골라내는 선별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은 전부 일일히 사람이 하는 과정입니다.
와인의 가격은 대부분이 인건비라는 말이 있듯이 선별 작업을 통하게 되면 와인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죠...
따라서 고급 와이너리를 제외한 다른 와이너리에서는 선별 작업을 대충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가지에서 분리된 포도알들은 과즙을 내기 위해 파쇄Crushing과정을 통해 살짝 으깹니다.
이때 파쇄는 문서 파쇄기처럼 포도를 잘게 찢는 것이 아닌 압착시에 즙이 잘 나오도록 과피와 과육을 살짝 터뜨려주는 작업입니다.
이 파쇄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왼쪽 사진과 같이 전통적으로 나무통에 포도를 담고 발로 밟는 방식과, 오른쪽 사진과 같이 기계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으깨면 사람의 체온이 파쇄 과정에 전달되어 발효시에 더 좋은 와인이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속설로 큰 와이너리의 경우 사람 키만한 나무통에 포도를 집어 넣고 남녀 두명이 나체로 들어가서 포도를 으깨면 한 사람이 들어가서 으깼을 때보다 상당히 좋은 맛의 와인이 나온다고 합니다.
파쇄 과정을 거치면 위 사진과 같이 즙과 으깨진 포도의 혼합물 상태인 머스트Must가 됩니다.
이 머스트는 발효탱크로 옮겨져 발효Fermentation를 시작하게 됩니다.
발효는 효모가 머스트에 있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뿜는 과정으로, 포도에 있던 효모를 사용하는 곳도 있고 독자적인 효모를 사용하는 경우 포도가 가지고 있던 효모를 죽이기 위해 이산화황을 뿌리고 자신들의 효모를 첨가하여 발효를 시작합니다.
발효 과정 중에는 머스트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레드와인의 경우 32도가 넘어가게 되면 와인의 향이 날아가버리며, 당의 분해속도가 빨라지고 발효기간이 짧아져 충분한 알코올을 얻을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전통적으로는 발효통으로 나무통을 썼었지만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온도조절이 쉬운 스테인리스 탱크를 주로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레드와인의 경우 발효와 동시에 삐자주Pigeage 혹은 마쎄라시옹Maceration이라고 하는 침용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 침용은 발효 중인 머스트를 위에서 저어주는 Stiring방식이나, 아래의 머스트를 위로 올려주는 Rementage방식을 통해 포도 껍질로부터 레드와인의 색을 우러나게 하는 동시에 껍질과 효모가 와인에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향을 배어내게 하는 작업입니다. 포도 껍질의 두께가 두꺼워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와인 메이커가 시음을 통해 적당한 당도, 혹은 충분한 알코올 도수를 얻었다면 이산화황을 첨가하여 효모를 죽임으로써 발효과정을 끝냅내다.
발효가 끝난 머스트는 즙이 많이 생긴 상태로 이제 병입을 위한 앙금제거와 여과 단계를 거치기 위해 즙만 별도로 분리해야합니다.
압착은 머스트로부터 즙을 뽑아내는 과정으로 압착 왼쪽과 같은 전통적 방식이 있으며 오른쪽과 같은 기계 방식이 있습니다.
이때 별도의 압착Pressing을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아지는 즙을 Free-run Juice라고 부르며 인위적으로 머스트를 압착해서 뽑아내는 것을 Pressed Juice라고 합니다.
보통은 Free-run Juice의 질이 더 좋기 때문에 Free-run Juice를 분리하여 자신들의 플래그쉽 와인에 쓰고, Pressed Juice로 세컨드 와인이나 브랜드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와이너리도 있으며, 둘 모두 섞어 균등한 품질을 내는 와이너리도 있습니다.
압착이 끝난 와인은 후발효After Fermentation에 들어갑니다.
2차발효 혹은 유산발효라고도 불리는 후발효는 1차 발효와 다르게 효모가 아닌 유산균을 이용하여 사과산Malic Acid을 부드러운 유산Lactic Acid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사과산이 남게되면 와인이 날카로운 산도를 가지게 되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다 부드러운 유산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2차 발효가 끝난 즙은 효모찌꺼기와 포도 껍질의 잔해, 단백질, 주석산 등이 섞여있습니다.
숙성을 시키기 전에 먼저 이것들을 제거하는 앙금제거Sediment Separation을 합니다.
달걀 흰자, 젤라틴, 벤토나이트Bentonite(화산재 점토) 등을 이용하여 각종 부산물과 찌꺼기가 엉겨붙게 만들어 밑바닥으로 침전시킵니다.
침전물이 가라 앉으면 침전물을 제외한 맑은 부분을 여과Filtration를 하여 숙성시킬 오크통이나 탱크로 옮겨냅니다.
이제부터 이 포도즙은 와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여담으로 보르도Bordeaux에 가면 꺄늘레Canele라는 풀빵 비슷한 과자가 많이 보입니다.
과거에는 보르도는 와인 산지로도 유명했고, 주 교역품으로 밀을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양조하던 수도승들이 앙금제거에 쓰이고 남은 달걀 노른자와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밀을 가지고 만든 것이 바로 꺄늘레입니다.
현재는 바닐라 향 등 다양한 맛과 향을 넣는 등 발전해서 보르도 지역 특산물로도 유명합니다.
와인 숙성Aging에 있어서 스테인리스 탱크보다는 오크통이 선호되는 이유는 오크통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인데,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시키면 여러가지 오크통에서 여러가지 성분이 와인에 녹아들어 오크나무 향, 카라멜 향, 연기 향, 커피 향, 바닐라 향, 코코넛 향, 계피 향등이 스며들어 향과 맛이 좋아지며, 오크나무의 탄닌도 녹아들어 와인의 바디감이 좋게 변합니다.
프랑스 보르도의 경우 바리크Barrique라고 부르며 225L 용량을, 부르고뉴의 경우는 피에스Piece라고 부르며 228L용량을 사용합니다.
오크통은 프랑스 중부, 스페인, 러시아, 미국 등에서 자라는 오크나무Quercus를 널판지 모양으로 재단하여 만든 둥근 통을 말합니다.
이 통을 만든 뒤에 안쪽을 160도 정도의 불로 살짝 그을리는 작업Toasting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크나무에 함유되어있던 셀룰로오즈와 리그닌이 분해되며 연기 내음과 카라멜, 커피 등의 향이 나오게 됩니다.
와이너리에 따라 덜 그을리거나, 혹은 많이 그을린 오크통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오크통의 원산지별로 특징도, 가격도 모두 다른데
유럽산 오크통은 스파이시한 향이 강하고 탄닌과 페놀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와인의 바디감이 올라가고 스파이시한 향이 강해지며, 미국산 오크통은 탄닌이 적고 락톤과 바닐린 등이 많아 와인에 바닐라, 코코넛 등의 향이 더해지고 유럽산에 비해 스위트한 느낌을 줍니다.
가격은 미국산 오크통이 약 400~500달러, 유럽산 오크통이 900~1200달러로 약 2~3배 정도 차이납니다.
오크통은 3회 정도 사용하면 더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첫번째 숙성에서 오크통 성분의 약 60%가 와인에 스며들고, 두번째는 30%, 세번째는 10%미만이 녹아들고 그 이후에는 효과가 없으므로 단순 와인 보관용이나 브랜디 회사 등에 팔곤 합니다.
오크통 숙성은 보통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간 이루어집니다.
오크통 숙성이 끝난 와인들은 같은 와인이라도 통마다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와인의 품질을 최대한 균등하게 만들기 위해 블렌더 마스터에 의해 여러 통의 와인을 서로 블렌딩Blending 합니다.
혹은 단일 품종의 와인이 아닌 경우에도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어느 와인을 각각 몇%씩 블렌딩 할 것인지 정하기도 합니다.
블렌딩이 끝난 와인은 병입이 되고 병숙성Bottle Aging을 거치거나, 바로 출하Shipping됩니다.
저급와인들은 병숙성을 거치지 않고 출하되지만, 대부분의 중고급 와이너리들에서는 병숙성이 이루어지며 병입 후 온도 12도정도, 습도 75%정도의 지하 셀러에서 3개월~24개월 정도 와인을 안정시킨 뒤 출하하게 됩니다.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한 병의 와인이 탄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치는지 알고나니 어떠신가요?
- Lawrence Kim
이미지 출처 : 직접 그림, Google Image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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