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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포도의 재배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향의 복잡성'입니다.

와인의 향은 포도, 오크통, 효모 이 세 가지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오크통과 효모에 의해 몇 가지 향이 더해지기는 하지만 와인의 본질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와인의 향은 대부분 포도 자체에서 나옵니다.


포도의 품질이 와인의 품질로 연결되기 때문에 와이너리들도 와인 양조뿐만 아니라 포도를 재배하는데 있어서 많은 신경을 기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와이너리가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한 해 동안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겨울입니다.

겨울은 포도나무의 휴식기입니다. 일부 아이스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를 제외하고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습니다.

나머지 포도나무들은 다음 해에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죠.

하지만 포도나무가 휴식이라고 와이너리도 휴식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이듬해 봄을 위해 가지치기Pruning를 합니다.


겨울에 하는 가지치기는 관상용 식물의 가지치기와 다르게 모양을 이쁘게 다듬는 것이 아니라 포도 수확량 조절을 위해 가지의 길이를 조절하기 위함입니다.

외동자식을 둔 부모가 여러 명의 자식을 둔 부모보다 자식에게 더 정성을 쏟듯이 포도나무 역시 자식에 해당하는 포도송이가 적어야 맛과 향의 집중도가 좋아지므로 한 나무당 열리는 포도송이의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포도송이의 수는 AOC로도 정해져 있지만, 대부분은 일부 고급 와이너리는 포도 송이의 품질을 높임과 동시에 생산 병 수를 적게 하여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보다 열리는 포도송이 수를 더 제한하기도 합니다.





봄이 왔습니다.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포도나무 역시 잠에서 깨어 새순 싹이 올라옵니다. 이 새순은 꽃이 되고, 열매가 됩니다.

이 시기는 포도 농사의 첫 단추라고 할 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바로 서리와 비 때문입니다.


초봄에 새순이 올라오고 난 뒤에 서리가 내리기도 하는데 이때 서리가 내리고,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새순이 얼어버리고, 죽어서 떨어집니다.

새순이 나오는 자리는 곧 열매가 열리고, 다음 해에도 새순이 나오는 자리이므로 피해가 가면 안 됩니다.

그래서 와이너리는 히터 등을 이용해 온도를 올려 서리 피해를 막기도 하며, 추위가 지속될 것 같은 경우는 아예 물을 뿌려 새순을 얼려서 0도로 유지하기도 합니다.


서리시기가 지나면 꽃이 피는 개화기로 접어듭니다.

이 시기에는 기온이 약간 높아지는데 이때 비가 내리거나 강한 바람이 불게 되면 꽃이 떨어져버립니다.

겨울철에 열심히 가지치기를 해 수확량을 조절해두었는데, 꽃이 떨어져 버린다면 수확량이 치명적으로 줄어들거나, 양조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봄의 서리와 비를 이겨내고 여름이 왔습니다.

이제 포도나무의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송이가 열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와이너리는 이 시기에 여름 가지치기Vendange Verte를 합니다.

여름 가지치기는 가지에 열린 송이 중에서 앞으로 잘 익을 송이와 잘 익지 않을 송이를 구분하고 판단해서 잘라내는 작업이며, 이것은 굉장히 노련하고 경험 많은 농부에 의해 진행됩니다.


가지치기를 한 뒤 조금 시간이 지나면 포도나무는 일조량을 최대로 받아야 하며, 비바람이나 우박이 내리지 않도록 기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여름은 적포도 품종의 색이 검게 변하는 동시에 포도껍질이 두꺼워지는 시기이므로 일조량을 최대로 받게 해야하며, 포도나무가 포도송이에 당분을 공급하며 열매의 크기가 커지므로 어느 정도 적당한 수분공급이 이루어져야합니다.

맛과 향의 집중도를 높인다고 수분 공급을 너무 줄이게 되면 포도 나무는 열매보다 자신이 살기 위해 열매를 마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바로 '수확'이라는 거대한 이벤트가 존재합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 '수확'을 언제 할 것인가를 잘 결정해야 합니다.

재배한 포도가 조생종이냐 만생종이냐부터 전체적인 날씨는 어떠하였고, 일조량이 얼마나 좋았는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결정합니다.

특히 수확 시기 전에는 포도송이를 직접 살펴보며 언제 수확할 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비가 내리면 포도가 썩기도 하며, 수확에 차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며칠만 더 있으면 정말 좋게 익을 것 같은데 비가 내리게 되면 그대로 수확하는 때도 있습니다.

또한 수확 후 보통 12시간 내로 파쇄에 들어가지만, 비가 내리게 되면 습기 때문에 곰팡이의 우려가 있어 더욱 빨리 파쇄에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포도의 수확은 기계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기계로 수확하면 포도나무의 손상과 더불어 포도송이가 상하게 되어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사진과 같이 사람이 한송이 한송이 손으로 땁니다.


수확 이후는 이제 양조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와인에 빈티지Vintage라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농부들에게 한 해 농사가 언제나 의미 있듯이

빈티지 역시 단순 와인 생산년도에 지나지 않는 숫자가 아니라

포도송이 하나하나에 손길을 주고 좋은 와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 농부들에게 감사하라는 의미가 아닐지...



- Lawrence Kim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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