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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와인 라벨 읽는 법

정말 오랫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약간의 슬럼프로 방황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다른 즐거운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본연으로 돌아와 마음을 다잡고 와인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종종 주변인들로부터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 어떤 와인을 골라야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막 와인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와인을 사러가게 되면 라벨을 보고(특히 구대륙 와인), 영어도 아닌것이 글자만 빼곡하게 적혀있어서 읽기를 포기하시고 직원이나 지인에게 추천을 맡기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와인 가격표와 사분면 그래프

위와 같이 대형마트의 경우는 와인의 바디감과 당도를 사분면 그래프에 표시해두기도 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저것은 참조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스토리에서 와인은 굉장히 주관적인 음료라고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렇게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예를 하나 들어서 포도 품종중 하나인 '진판델'로 만든 와인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진판델은 숙성향으로 초콜릿 아로마가 감지되는 몇 안되는 품종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은 진판델을 묵직하고 텁텁하고 쓰게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진판델의 초콜릿 아로마로 인해서, 덜 묵직하고 Off-Dry 정도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마시는 사람마다 바디감이나 당도를 느끼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와인을 고르는 선택 조건으로 저것을 참조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와인라벨은 마시기 전에 그 와인이 어떤 와인인지 대략적으로 알려줍니다.

와인이 어느 나라의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포도는 무엇을 썼는지, 빈티지는 무엇인지, 누구에 의해 생산되었는지 등등을 담고 있는 와인의 출생증명서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와인 라벨을 읽는 법을 배우고, 품종에 대한 간략한 이해를 가진다면 '아, 이 와인은 대충 어떤 맛이 나겠구나'하고 감이 오기 때문에 자신이 예상한 맛과 와인 맛이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다보면 굉장히 큰 공부가 될 것입니다.

 

 

와인 라벨은 국가 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 안에서도 서로 생산하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깊게들어가지 않고 와인라벨을 읽을 줄 모른다는 가정하에, 대표적으로 어려워보이는 프랑스 와인을 통해 와인 라벨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프랑스 와인 라벨 읽을 줄 알면 대충 다른 와인들을 봐도 어떤게 이름이고, 어떤게 품종인지 구분이 가실겁니다.

 

 

 

Chevalier de Rauzan-Gassies 2007

 

라벨에 무언가 잔뜩 써져있어서 처음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에, 혹은 집에 프랑스 와인이 있다면 한 병 가져와서 비교하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1. Grand Vin de Bordeaux

= 프랑스 와인들을 보면 Grand Vin 혹은 Grand Vin de ~~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뜻은 Great Wine이며, 해당 와이너리의 대표와인이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Grand Vin을 표기하기 위한 법적규제는 없으며, 정식으로 등록된 용어는 아닙니다.

무시해도 좋은 항목이지만, 간혹 Grand Cru라고 표기된 와인이 있습니다. Grand Cru 표기는 그랑크뤼 등급에 따라 나뉘어진 와인에 표기되는 항목이므로 Grand Vin과 혼동하지 않도록 합니다.

 

2. Chevalier de Rauzan-Gassies :

= 와인의 이름입니다. 보통 신대륙 와이너리가 생산한 와이너리(혹은 회사)와 그 라인업을 다르게 짓는 것에 비하여 구대륙 그 중에서도 프랑스는 자신들의 샤토 이름을 넣어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와인은 Chateau Rauzan-Gassies에서 생산한 세컨드 와인인 Chevalier de Rauzan-Gassies입니다. 

 

3. Margaux

= 와인이 생산된 지역입니다. Margaux는 France - Bordeaux - Medoc - Haut-Medoc - Margaux 순서로 지역이 좁아집니다. 

 

4. Appellation Margaux Controlee

= 와인의 등급입니다. AOC라고도 불리며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의 약자입니다. 원산지 명칭 규제라는 뜻이며 가운데 d'Origine 부분에 지역 명칭을 써넣습니다.

이 와인은 AOC Margaux(마고)이며 프랑스 마고지역의 원산지 명칭 규제에 준하는 기준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표기된 지역이 넓을수록 다양한 지역에서 포도를 가져온 것이고, 좁을 수록 좁은 지역에서 난 포도만 사용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떼루아를 중요시하는 구대륙와인에서 눈여겨 볼 항목입니다.

최근 EU에서는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원산지 명칭 보호)로 표기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5. Societe de Chateau Rauzan-Gassies, Margaux, France - Produit de France

= 와인 생산 회사입니다. 이 와인은 아까 말했듯이 Ch.Rauzan-Gassies의 세컨드 와인입니다. 따라서 퍼스트는 Chateau Rauzan-Gassies가 되며 이것이 곧 회사의 이름이 됩니다.

종종 이 곳에 와이너리 주소를 표기하기도 하고, 네고시앙이 생산한 와인 등 샤토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은 경우는 이 곳에 와인 이름에 사용된 샤토와 다른 곳이 적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6. 2007

= 빈티지입니다. 와인을 만든 포도가 수확된 해를 표기합니다. 작황이 훌륭했던 해를 Great Vintage라고 부르기도 하며 지역별로 빈티지 차트를 통해 대략적으로 어떠한 해였는지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해에 걸쳐 생산된 와인 주스(원액)을 사용하여 양조한 경우는 NV(Non-Vintage)라고 부르며 따로 병에 표기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샴페인이나 솔레라 시스템을 사용하는 포트와인에 NV가 많습니다.

 

7. Mis en Bouteille a la Propriete :

= 병입에 관한 설명입니다. 와인 생산후 병입을 어디서 했는지 알 수 있는 항목입니다. 여러가지로 표기되고 있으며 몇몇 볼 수 있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Mis en Bouteille au Chateau/Domaine : 샤토에서 생산, 병입되었음. 

Toute la Recolte Mise en Bouteilles au Chateau : 샤토에서 모든 수확부터 생산, 병입을 진행하였음.

Mis en Bouteille dans nos Caves/Chais : 셀러에서 병입되었음.

Mis en Bouteille a la Propriete : (샤토나 포도원)소유지에서 병입하였음.

Mis en Bouteille par le Proprietaire : 소유자가 병입하였음. 위의 a la Propriete와는 전혀 다른 의미 입니다. 이 표기는 소유자가 샤토나 도멘을 소유하고 있음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쓰고나니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프랑스의 경우에는 양조에 사용한 포도 품종을 잘 표기하지 않습니다. 주로 떼루아를 강조하기 때문에 품종보다는 자신들의 포도가 자란 샤토나 포도원을 강조하는편입니다.

신대륙와인이나 일부 구대륙 와인들은 라벨에 품종이 표기되어있습니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주로 접할수 있는 포도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집에 있는 아무 와인이나, 혹은 가까운 마트나 와인숍에 가셔서 한번 읽기를 시도해 보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보기만 했을 때보다 상당히 읽히는게 많아서 재미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