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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주정강화 와인의 양조 - 마데이라 Madeira

저번에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 포트Port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또 다시 주정강화 와인이 끌려서 자주 가는 와인샵에 가서 찾아보니 상시 진열은 안해두고, 오더를 하면 가져오는 식이더라구요... 허허... 


이전 이야기에서 포트와인은 주정 강화 단계에서 브랜디를 첨가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두번째인 마데이라Madeira는 어떤 주정 첨가를 하며, 왜 주정을 첨가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데이라는 포르투갈령의 섬 이름을 따온 와인으로 포르투갈 본토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닌 포르투갈령의 섬에서 만들어졌었습니다.

이 마데이라 섬은 정확하게는 마데이라 자치 지방 제도입니다.

조금은 다르지만 한국의 제주도와 같은 위치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포르투갈어로 '나무'라는 의미를 가진 마데이라 섬은 15세기 포르투갈의 항해왕 엔리케 왕자의 명령에 의해 대항해시대의 개척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원래는 이 섬에는 이름과 같이 나무가 굉장히 많았으나 이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화전으로 일구어 포도와 사탕수수를 재배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와 사탕수수는 포르투갈 왕실의 큰 자금줄이 되었는데, 이에 관한 일화는 잠시 뒤에 소개하도록 하죠.



마데이라의 포도들은 와인으로 양조되었고, 마데이라 와인은 본토로 옮기기 위해 적도 부근의 더운 날씨 속에서 긴 항해를 견뎌야 했습니다.

마데이라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긴 항해동안 고온에 노출되었고, 그 영향으로 와인 속에 남아있던 당분이 캐러멜로 변하는 동시에, 어느 와인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맛과 향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마데이라의 와인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산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산화하여 식초처럼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와인들이 장기간의 운송에도 버틸 수 있도록 사탕수수로 만든 리큐르의 일종인 스피릿Spirits을 더하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이것이 마데이라의 시초가 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마데이라는 제 3대 미국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후 사용되어 미국의 독립을 상징하는 포도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와인 중에 왜 하필 마데이라가 독립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을까요?


17세기는 영국은 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대서양을 비롯한 넓은 바다를 지배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의 국왕이었던 찰스 2세의 허가 없이는 함부로 바다를 다닐 수 없었던 그런 시기였죠.

1662년 포르투갈의 왕녀 카타리나가 마데이라의 자금줄을 바탕으로 마련된 많은 양의 현금과 더불어 인도의 뭄바이와 모로코의 탕헤르를 지참금으로 가져오며, 동시에 포르투갈령의 모든 항구에서의 자유 무역을 허가하며 찰스 2세에게 시집을 오게되었습니다.


이러한 지참금에 만족한 찰스 2세는 마데이라를 영국해상법에서 자유롭게 풀어주었고, 마데이라 와인의 자유로운 수출을 허가해주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바다 지배력은 최고였기 때문에 그 식민지들은 무역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마데이라의 자유 수출은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켰던 미국인들에게 부러움을 샀습니다.

미국인들은 마데이라 와인을 마시며 마데이라 와인과 같이자신들도 영국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했습니다.


이것이 마데이라가 자유와 독립을 뜻하는 와인이 된 이야기입니다.





다시 마데이라의 양조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초창기의 마데이라는 모두 화이트 와인이었고, 지금도 화이트 와인 형태로 생산한다고 합니다.

마데이라 역시 포트와 같이 로컬 품종을 사용하는데 화이트 품종의 경우는 세르샬, 베르델호, 부알, 말바지아 피나 등을 사용하고 레드 품종은 틴타 네그라 몰, 바스타도 등을 사용합니다.


마데이라의 주정 강화는 알코올도수를 약 17도 정도로 조정하며, 원래는 사탕수수의 증류주인 스피릿을 첨가하는 것이 맞지만 최근에는 포도 증류주인 브랜디를 첨가하는 곳이 늘고 있기도 합니다.

주정 강화를 거치며 마데이라의 특징인 카라멜 풍미를 위해 주정강화 단계에서 카라멜을 첨가하는 곳도 있습니다.





마데이라는 긴 시간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서 탄생한 와인이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인위적으로 열을 가하고있습니다.

기계를 통하여 인위적으로 열을 가하는 방식을 에스투파젬Estufagem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90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 소모되며 중저가의 마데이라를 생산하는데 사용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전통적인 방법은 고급 마데이라의 생산에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사진과 같이 칸테이로Canteiro라고 불리는 공간에 대용량의 마데이라를 두고 온열등을 통해 25도의 상온 환경을 조성해줍니다.

보통은 약 18개월 정도 소모되며, 그 이상으로 숙성 시키는 와이너리도 있습니다.



마데이라 역시도 종류는 여러개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레인워터'는 항해 도중 마데이라의 오크통이 빗물이 스며 가벼운 라이트바디의 마데이라가 만들어진 것을 뜻합니다. 지금은 라이트바디를 가진 마데이라를 말합니다.


'빈티지 마데이라'는 오크통에서 최소 20년, 병에서 2년 숙성을 거치고 출하됩니다.


'올드 리저브 마데이라'는 블렌딩을 통해 생산된 마데이라 중, 블렌딩에 사용된 와인 중 가장 어린 와인이 최소 오크통에서 10년 이상 숙성된 마데이라이며 그냥 '리저브'의 경우는 5년 입니다.



당도에 따라서도 구분을 할 수 있는데 가장 드라이한 마데이라부터 각각 '세르샬Sercial', '베르델호Berdelho', '부알Bual', '맘지Malmsey'라고 부릅니다. 품종의 이름을 따온 것 같군요.




여기까지가 포트와인과 같은 포르투갈에서 태어났지만 포트와는 다른 와인.  마데이라 이야기였습니다.

다음편은 주정강화의 마지막 이야기인 쉐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Lawrence Kim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