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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무엇을 준비할까? - 와인의 마개와 오프너

저번 편에서는 와인 글래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집에 와인잔 하나씩 사셨나요?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보르도 레드, 화이트 와인잔 하나씩은 꼭 사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번편에서는 와인이 어떻게 밀봉되어 있는지와, 밀봉된 와인을 오픈하기 위한 도구, 그리고 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와인은 크게 두 가지, 코르크와 스크류캡 방식으로 밀봉되어있습니다.

코르크는 흔히 와인하면 떠오르는 코르크 마개로 오프너가 필요한 방식이며 스크류캡은 음료수나 물병같이 손으로 쉽게 돌려서 오픈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1970년경에 와인에 스크류캡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하고나서부터 와인 업계에서는 아직까지도 코르크와 스크류캡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와인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와인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코르크와 스크류캡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딱히 어느 것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코르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코르크 마개는 너도밤나무과의 코르크 참나무의 외피부분을 사용하여 만들며, 와인에는 17세기 말 샹파뉴Champagne의 수도사인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에 사용되는 코르크는 천연 코르크(통 코르크), 합성 코르크, 인조 코르크로 나뉩니다.

천연 코르크는 채집한 코르크 자체를 마개 모양으로 잘라낸 것이며, 합성 코르크는 코르크 조각을 모아서 마개 모양으로 가공한 것이고, 인조 코르크는 합성수지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마개를 말합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인조 코르크는 이름만 코르크일 뿐 코르크의 특징을 지니지 못합니다.

비용도 천연>합성>인조 순이며, 사용하는 곳도 고가의 와인에서 저가의 와인 순서로 사용되곤 합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아시겠지만 와인마다 코르크의 길이가 전부 다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의 경우 코르크의 길이가 길며, 별도의 숙성이 필요하지 않거나 단기간에 소비할 수 있는 와인의 경우는 코르크의 길이가 짧습니다. 보통의 길이는 3~4cm정도이며 고급 와인의 경우 5~6cm정도의 길이를 갖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면 코르크가 와인을 약간 흡수하여 팽창하므로 밀봉 상태가 되고, 코르크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밀봉된 와인이 숨을 쉴 수 있게 되어 병숙성이 가능해지는 특별한 역할이 가능하게 됩니다.


다만 코르크 마개는 예로부터 고가의 단가, 개봉의 불편함, 내구성, 불량품 등의 문제가 있어왔습니다.

아무리 좋은 코르크라고 하여도 자연 상태의 물질을 가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코르크에 붙어있었거나 가공시에 발생한 TCA로 인해 생긴 곰팡이가 와인을 상하게하는 부쇼네Bouchonne라던지, 갈라진 코르크로 인한 과도한 산화(식초화) 등 와인의 품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쇼네Bouchonne가 진행된 와인은 본연의 향을 잃고 물에 젖은 천이나 종이 냄새와 같은 둔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게됩니다.

이 부쇼네Bouchonne의 비율이 와인 생산량의 2%~5%라고 하니 와인 생산자나, 구입하는 소비자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양입니다. 굉장한 골칫거리이죠.

만약 여러분이 산 와인이 부쇼네라면 구입처에서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식물성 재질인 코르크 특성상 20년~25년 정도가 지나면 코르크 조직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년 이상 보관을 하는 와인에 대해서는 리코르킹(Re-corking)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할 양조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스크류캡은 1964년도에 음료수용 마개로 쓰이다가 1970년 경 처음으로 와인에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호주나 뉴질랜드 와인을 중심으로 많은 와인이 스크류캡을 사용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스크류캡을 달고 나오는 와인을 접할 수 있습니다.

스크류캡은 단가가 낮으며 개봉이 용이하고, 코르크 마개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쇼네Bouchonne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스크류캡은 와인이 숨을 쉴 수 없어 병숙성이 잘 되지 않는 다는 점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소비하는 중저가 와인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스크류캡을 사용하는 와인은 중저가 와인이라는 편견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와인들은 내수용에서는 스크류캡을 쓰지만, 수출용으로 코르크 마개를 하고 나오기도 합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고급 와인이나 중저가 와인이나 코르크 마개가 좋은 것 같습니다. 

와인이라는 자체의 캐릭터 성을 잘 나타내 주는 요소이기도 하고, 코르크 마개를 오픈할 때 그 짧은 순간 역시도 와인을 즐기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네요. 

이제 오프너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손으로 오픈할 수 있는 스크류캡과 달리 코르크 마개는 오프너가 없으면 오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오프너가 꼭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와인 오프너가 발명되어왔으며 현재까지도 여러종류의 오프너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 먼저 T형 스크류입니다. 전통적인 형태이면서도 단순한 구조, 작은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스크류를 꽂은 다음 위로 뽑아 올리는 단순한 사용 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힘으로만 뽑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오픈과 동시에 와인이 흐르거나, 중간에 코르크가 부서지기도 하는 등의 단점이있습니다. 힘조절만 잘 한다면 사용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물건입니다.




▲ 다음은 버터플라이형 스크류입니다.

먼저 머리부분을 돌리면 코르크에 스크류가 박히면서 날개가 올라갑니다. 그 뒤 날개를 내리면 손쉽게 코르크가 뽑혀 올라오는 구조입니다.

부피가 크고, 휴대하기 불편하지만 사용법이 간단하며 저렴하다는 특징으로 가정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 이것은 소믈리에 나이프라고 불리는 오프너입니다.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도 편리하여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폭 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www.canadianliving.com/blogs/food/2013/12/19/how-to-use-a-sommelier-corkscrew-and-open-wine-like-a-pro/


<사용 방법>

1. 먼저 호일 커터를 이용하여 캡슐을 제거합니다

2. 코르크에 스크류를 돌려 넣습니다.

3. 손잡이를 아래로 내려 1단 지레 부분을 병 목에 고정시킵니다.

4. 손잡이를 적당히 들어올립니다.

5. 2단 지레 부분을 다시 병 목에 고정시킵니다.

6. 손잡이를 들어올려 나머지 부분을 들어올립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사진으로 보는게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아서 한장으로 잘 정리된 것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간단하며, 힘도 많이 필요 없기 때문에 초보자 분들도 손쉽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은 2단 지레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샤또 라기올과 같은 일부 소믈리에 나이프는 1단 구조로 되있기 때문에 사용에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아소라고 불리는 오프너 입니다.

스크류가 없고 긴 철심과 짧은 철심으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사용 법은 위와 같이 먼저 긴 철심을 코르크와 유리 사이에 밀어 넣습니다.

이어서 짧은 철심도 밀어 넣은 뒤 좌우로 살살 흔들면서 끝까지 꽂아줍니다.

끝까지 들어갔다면 조심스럽게 회전시키면서 위로 들어올리면 됩니다.

이는 오래된 와인 등을 오픈할 때 코르크가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르크 자체를 손상없이 뽑아 올리는데 유용한 오프너 형태입니다.


코르크에 상처가 남지 않기 때문에 예로부터 집사들이 지하 저장고의 와인을 몰래 먹을 때 사용했다고 하여 '집사의 친구Butler's Friend'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것은 현대에 와서 개발된 오프너입니다. 이름은 각각 다른데 보통은 펌프형 오프너라고 합니다.

주사기 바늘같이 생긴 것을 코르크에 찔러 넣어서 와인과 코르크 사이의 빈 공간에 공기를 넣어서 코르크를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보통은 손으로 펌프질을 하는 수동 방식이나, 최근에는 충전식 질소 가스 등의 전동 방식을 이용하는 제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별다른 힘 없이 오픈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가스를 계속 교환해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와인의 마개와 오프너, 그리고 사용법을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나머지 도구들을 정말 간단하게 알아본 뒤

와인을 구매하러 가도록 합시다!


조금 지루한가요? 아니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나요?



- Lawrence Kim




코르크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오프너 사진 출처 : Google Image Search